제3화 센카쿠 VS 댜오위다오, 그리고 강 건너 불구경?

중국과 일본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대만 인근의 무인도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 때문이다. 제법 큰 5개의 섬과 8개 정도의 암초를 통틀어서 일컫는 명칭이 일본명은 센카쿠(尖閣), 중국 이름은 댜오위다오(釣魚島)다. 일본 이름은 달리 해석할 필요가 없다. 뾰족한 섬 모양을 두고 영국 해군이 영어 이름을 붙인 데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중국 이름도 몇 차례 변천을 거듭하지만 ‘낚시’를 뜻하는 ‘조어(釣魚)’ 또는 낚시하는 장소라는 뜻의 ‘조어대(釣魚臺 대만은 지금까지 이렇게 적는다)’로 정착했다.

 

중국은 10월 18일부터 해군과 정부 선박을 동원하는 훈련에 들어간다. 일본도 다음 달 초에 해상 작전을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이 이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벌이는 신경전이 군사훈련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사람이 살기 힘든 무인도의 환경이기는 하지만, 이 열도의 넓은 해역 아래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게 묻혀 있다고 전해진다. 영유권이야 결코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인 데다가 그 해역에 거대한 자원이 숨겨져 있으니 둘의 싸움은 거세질 만하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쟁 위험을 이야기하는 일은 아직 섣부르다. 그러나 과도한 신경전을 넘어 군사훈련도 불사하는 상황이니 자칫 사소한 충돌이 국지적인 접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제국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일본의 철없는 우익들이 발호하기 시작하고, 중국은 관제(官制)의 혐의가 있는 중화민족주의적 시위가 빈발할지도 몰라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어쨌든 센카쿠와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일기 시작한 격랑은 점차 더 높아진다. 물결, 즉 파문(波紋)이 점차 넓어져 제법 긴 파장(波長)을 형성하더니, 아래위로 크게 흔들리는 파고(波高)를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옆으로, 아래위로 번지는 물길은 곧 이 해역에서 벌이는 중국과 일본의 충돌이 점차 부피와 밀도를 더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자신의 이해와 상관이 없어 무관심하게 현상을 지켜본다는 의미의 우리 속담이다. 비슷한 용례로 쓰이는 게 한자 성어 ‘격안관화(隔岸觀火)’다. 비슷한 용례 정도가 아니라, 사실 우리의 속담이 이 한자 성어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속담이 지니는 의미는 단순하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 왜 신경을 써? 그냥 불구경만 하면 그만이지…. 뭐, 이런 정도다.

 

그러나 중국인이 오래전에 만들어 지금까지 자주 쓰는 성어 ‘격안관화’의 뜻은 꽤 복잡하다. ‘격안’은 우리 식으로 풀면 바로 ‘강 건너’다. ‘관화’는 ‘불을 보고 있다’는 뜻이니, 에둘러 갈 필요 없이 풀자면 ‘불구경’이다. 우리 속담과 중국 한자 성어가 거의 1대1로 조응하니, 그 연원이 같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쓰임새에 있어서는 제법 다르다. 강 건너의 불을 지켜보는 중국인의 시선은 매우 전략적이다. 물 건너편의 존재는 곧 적이거나, 결국에는 나와 힘을 겨뤄야 하는 상대다. 그들이 서로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이쪽의 ‘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상대가 서로 싸워 힘이 빠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함부로 개입하지 말고 저들이 기진맥진해서 도저히 싸울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상대를 집어 삼켜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한국인들은 물 건너편의 다른 존재를 매우 편안하게 지켜보는 민족일지 모른다. 나와 상관이 없다면 편안하게 그저 구경삼아 시간을 때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가 발달한 모양이다. 그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파문으로, 다시 파장, 또 다시 파고를 이야기해야 할 만큼 거세지는데도 말이다. 우리 사회의 일반 사람들이야 그래도 좋다. 중국과 일본이 다투는 상황을 예의 주시할 만큼 국제적인 사안과 일상의 생활이 바짝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을 이끌어 갈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달라야 한다. 일본이 어떤 수를 사용해 중국과의 다툼에 나서는지, 중국은 어떤 전략을 구사하며 일본에 대응하는지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 아울러 이 둘의 가파른 상쟁(相爭)으로 동북아의 판도는 어떤 분위기에 휩싸이며 어떻게 변할지에도 치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한국이 안보의 축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이 둘의 싸움에서 어떤 입장을 유지하며 어떤 행동을 보일지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외교통상부 당국자와 국방부 등이 관심을 보일까. 그 점도 자신할 수 없다. 문제는 다음 권력을 이어받을 대선 주자들이다. 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 정도를 이미 넘어섰다. 구경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니 건너편의 두 강국 중국과 일본이 어떻게 싸움을 벌이며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그저 어떻게 하면 대선에서 승리할까에만 관심이 있다. 대선이 나름대로 처절한 경쟁이니 그를 심하게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차기 국정을 운영할 대선의 후보자로 나섰으면 나라 밖에서 벌어지는 환경변화에는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옳다.

 

대선 후보자들의 ‘강 건너 불구경’이 최소한 ‘격안관화’의 전략적 마인드로 변해야 하지만 안에서 서로 다투는 내투(內鬪)가 혹심해 진흙 뻘 속에서 서로 뒹굴며 물어뜯는 개싸움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까지 엿보이니, 저쪽보다는 이쪽이 먼저 지치지 않을까 꽤 걱정이다.



유광종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베이징ㆍ타이페이 특파원, 중국연구소 부소장)

2012-10-19 15: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