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가짜 달걀과 스텔스 전투기

중국, 나라는 강한데 백성은……

 

중국의 현상을 비판하는 용어 중에 요즘 잘 쓰이는 말이 하나 있다. ‘국진민퇴(國進民退)’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부민빈(國富民貧)’이라고 적기도 한다. ‘국진민퇴’는 글자 그대로만 풀이한다면 ‘국가는 잘 나가는데, 국민은 후퇴한다’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틀리다. 중국 경제의 한 현상을 말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식 조합으로, 국유 또는 국영기업은 발전하는데 민간 또는 민영 기업은 죽을 쑤고 있다는 얘기다.

 

다 배경이 있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주로 국유 또는 국영 기업 위주로 짜여 있다는 이야기로, 지난 1990년대 중국 지도부에서 활발하게 펼치려 했던 국유 부문 기업들의 개혁 문제와 관련이 있다.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 중심의 중국 경제 사령탑은 이 부문에 대한 개혁을 중요한 국정 지표의 하나로 삼았다. 실제 그의 임기 동안 국유 부문 기업에 대한 개혁은 상당히 박력있게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지도부인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에 들어와서는 그 개혁이 주춤했다. 나름대로 중국 경제의 활력을 이어가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을 구사하다 보니 그랬다. 그냥 멈칫하다가 다시 나가면 큰 문제가 없었겠으나, 후진타오-원자바오 세대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나갔다. 국유 및 국영(전체를 일컬어 公有라고도 적는다)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져 민간 기업의 발전을 저해할 정도로 비뚤어졌다.

 

중국 정부가 그렇게 열심히 추진했던 국유 부문에 관한 개혁이 좌절하면서 방향이 오히려 거꾸로 바뀐 이유는 세계적인 불경기를 주도했던 금융위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를 꺾지 않으면서 발전의 틀을 유지하려던 생각에 당장 눈에 보이는 국유 부문의 특혜를 늘리며 경제를 운영해 온 것이다. 이로써 민간 기업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해 중국의 산업이 기형적으로 발전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실 딱딱한 경제 이야기 꺼내려고 찾아 든 주제는 아니다. 중국이라는 나라, 전통적으로 중앙의 정부는 막강한 대신 지역적인 사람의 삶들은 윤택하지 못했다는 점을 말하고자 꺼낸 주제다. 돌이켜 보면 과거 왕조 시절 대부분이 그랬다. 그래서 중국이라는 영역을 차지하는 ‘나라’는 강했지만, 그 안에서 삶을 유지하는 ‘민간’은 늘 주눅이 들게 마련이었다.

 

 

<중국 허난(河南)의 가짜 달걀>

 

최근 중국 뉴스를 검색하다가 또 ‘가짜 달걀’이 보였다. 한국인들은 “가짜 달걀 팔아서 얼마 남긴다고 그러냐”며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지만, 다량으로 생산하면 그도 나름대로의 이익을 남긴다. 그 가짜 달걀은 2000년대 들어 초반 무렵 중국 여러 지역에서 선을 보였다. 대개는 해조(海藻)류 등을 기본 물질로 해서 화공약품을 섞어 만드는 경우가 많다. 달걀 껍질은 석회에 다른 화공약품을 섞어 대량으로 사출(射出)해서 제조하는데, 시중 진짜 달걀 값보다 훨씬 저렴하다. 정교하게 만든 것은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진짜와 똑같이 나누고, 껍질도 언뜻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 정도면 이미 올드 패션이다. 이제는 겉만 진짜와 흡사한 형태의 달걀이 나온다. 안은 아주 엉망이다. 아예 고무와 같은 물질로 만들어져 “바닥에 던지니 20㎝ 정도 튀어 오르더라”는 언론 기자의 관찰기까지 실린 적도 있다. 비단 달걀뿐이랴. 마오타이 등 국산 명주와 발렌타인 등 각종 양주, 골프채, 명품 가방 등 가짜 제품의 ‘메이드 인 차이나’ 행렬은 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때 가짜를 양산하는 곳으로 유명했던 허난(河南)의 성장(省長)이 수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당 총서기 장쩌민(江澤民)을 면담할 때 “허난 성장이 입장했습니다”라는 수행비서의 안내 설명을 듣고서는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그 성장을 유심히 보더니 “이 사람은 가짜 아닌가?”라고 했다는 우스개는 아주 유명하다.

 

그런 가짜를 만드는 중국의 민간은 초라하다. 아무리 그것으로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한다고 해도 궁색함을 면키 어렵고, 가짜로 남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의식(意識)의 초라함도 피해갈 수 없다. 게다가 심각한 빈부격차로 아직도 많은 수의 농촌 또는 그곳 출신 도시 노동자들이 개혁개방으로 생활수준이 오른 도시의 일부 계층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린다. 그런 여러 면모를 따지자면 중국의 민간은 가난하고 초라하다.

 

 

<중국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J-20과 J-31>

 

그럼에도 중국의 ‘나라’는 강하고 부유하다. 역시 중국 뉴스를 검색하다가 마주친 사진은 미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 F-35와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중국 최신형 스텔스 J-20과 J-31이다. 우주를 향한 중국의 국력도 마냥 커지고 있다. 유인 우주선에 우주 정거장 1차 프로젝트에도 성공했다. 공중을 흔적 없이 날아다니는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와 그 위의 우주 공간에까지 무한대로 뻗는 중국의 국력, 그리고 그 한참 밑의 땅에서는 여전히 가짜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중국 민간의 모습. 참 아이러니한 엇갈림이다. 경제에서도 그렇고, 사회의 전체적인 모습에서도 그렇다. 영락없는 ‘국진민퇴’요 ‘국부민빈’이다.

 

 

 유광종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베이징ㆍ타이페이 특파원, 중국연구소 부소장)

2012-11-07 10:3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