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인재는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요즘 제법 큰 뉴스가 시선을 끌었다. 중국의 새로운 권력 엘리트들의 부상을 둘러싼 소식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의 최고 권력자들이 새로 뽑힌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11월 15일 중국 공산당은 7명의 ‘새 황제들’을 대중에 공개했다. 면면이 다 화려하다. 말만 잘해서 나온 사람이 없고, 얼굴만 그럴 듯해서 뽑힌 사람도 없다. 제 각각 일반 사람들이 흉내조차 내기 힘들어 무리를 압도하는, ‘출중(出衆)’의 재주 하나씩은 다 가졌다.

 

공산당 신임 총서기 시진핑(習近平)은 확고한 결단력에 대중의 의견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융통성과 조정 능력으로 유명하다. 서열 2위 리커창(李克强)은 풍부한 지식에 특출한 아이디어의 소유자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김일성대학 유학파 출신 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은 빈틈 없는 행정능력, 그 다음의 위정성(兪正聲)은 친형이 정보계통의 고위직에 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스파이’였음에도 뛰어난 머리와 판단력으로 권력 정상까지 올라섰다. 독일 히틀러 시절의 선전 책임자 괴벨스를 닮았다고 해서 ‘중국의 괴벨스’라는 오명을 썼던 공산당 선전부장 류윈산(劉雲山)은 그의 이름대로 ‘구름 낀 산’처럼 조용하면서도 치밀한 업무능력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소방대장’이라는 별명의 왕치산(王岐山)은 그 닉네임답게 위기가 닥치면 언제든지 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처리하는 해결사, 그 다음 7위 장가오리(張高麗)는 대외 노출을 일절 피한 채 일에만 매달리는 ‘일 벌레’ 스타일이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 방식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알려져 있다. 공산당이 모든 것을 이끄는 이른바 ‘일당전제(一黨專制)’다. 뒤집어 말하면 독재다. 그럼에도 그들은 독특한 막후 협상을 통해 교섭과 타협을 반복하면서 인재들을 뽑아내 권력 정상에 올리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개혁개방 30여 년 역사를 걸어와 이제는 미국과 ‘맞짱’을 뜨는 G2의 시대를 열어 젖혔다. 유장한 중국의 역사적 흐름을 이야기할 때 길이 6,397㎞의 장강(長江)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는 말이다. 뒤에서 밀고 오는 물이 먼저 흘렀던 앞의 물을 치면서 바다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세대(世代)의 교체를 뜻하는 말이다.

 

오늘날의 중국은 그런 권력의 교체 속에서도 튼튼한 국정의 기조를 유지한다. 다양한 권력의 파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치밀하며 엄밀한 방식으로 인재를 검증하고, 실험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최고위 권력에 오를 인재를 선발할 때 세 가지 기준을 먼저 본다. 우선 그 사람이 지닌 인격, 둘째는 일을 열심히 하는지의 여부, 셋째는 쌓아올린 업적이다. 한자로 ‘덕(德), 근(勤), 적(績)’으로 적는다. 각기 인덕과 근면함, 업적을 뜻한다.

 

공산당이 부패에 절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런 최고급의 인재를 뽑아내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중국은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인다. 중국인들이 가끔씩 “서구식의 민주제도보다 우리가 낫지 않느냐”고 큰 소리를 치는 이유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볼 때 중국인들이 인정하는 인재의 기준은 현능(賢能)함이다. 지혜롭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때로는 지혜로운 사람(賢), 특출한 재능(能)을 보이는 인물로 나눠 얘기할 때 쓰인다. 그런 인재를 나타내는 한자는 제법 많다.

 

* 성(聖):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붙인다. 석가와 예수, 공자와 마호메트 등 일반인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경계에 닿은 사람이 성인(聖人), 그에 버금가는 사람이 아성(亞聖)이다. 맹자(孟子) 등을 아성이라고 부른다. 시에서 큰 성취를 이룬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에게는 시성(詩聖), 『사기(史記)』로 중국 역사의 줄기를 잡은 사마천(司馬遷)에게는 사성(史聖)이 붙었다.

* 현(賢): 앞의 성과 거의 동급이다. 성현(聖賢)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지혜로운 사람을 현자(賢者) 또는 현인(賢人)이라고 한다. 그 밝은 빛을 현명(賢明)이라 하고, 그 인격을 일컬어 현덕(賢德)이라 적는다.

* 영(英): 여러 모로 빼어난 사람에게 영명(英明), 특출해서 돋보이는 사람에게 영준(英俊)과 영걸(英傑)이 붙는다. 뛰어난 재주와 인격으로 일세를 호령하는 영웅(英雄)은 젊거나 늙거나 모든 남성의 로망이다. 능력이 빼어난 학생을 영재(英才)라고 적는다.

* 준(俊): 역시 특출한 사람에게 따르는 한자. 빼어난 인재를 준걸(俊傑), 외모가 그럴 듯한 사람을 준수(俊秀)로 적는다.

* 호(豪), 걸(傑): 합쳐서 부르면 호걸(豪傑), 영웅을 앞에 붙이면 영웅호걸(英雄豪傑)이다.

* 재(才): 사람이 지닌 재주다. 천재(天才)는 하늘이 준 재능, 남을 압도하는 머리의 소유자는 수재(秀才), 능력에 한정하는 말은 재능(才能)이다.

* 기(器): 타고 태어난 그릇의 크기를 재는 말이다. 대기(大器)는 늦은 나이에 만들어진다는 말이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그릇의 크기만을 말할 때 기량(器量)이다.

 

사람의 능력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양하다. 주로 좋은 말만 우선 소개했다. 그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으니 사람의 능력을 검증하는 잣대도 여럿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그래서 강할까. 속단할 수는 없으나 그런 전통적인 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 옆의 중국 얘기다. 우리는 어떤 눈으로, 어떤 개념으로 인재를 봐야 하나. 이번 대선에 후보로 올라선 사람들은 어떤 그릇에 어떤 덕과 재능을 담아 국정을 펼칠 수 있을까. 결국은 우리의 얘기다.




2012-11-16 10: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