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우수하지만 그래도 보이는 허점

- 중국 최고 권력 교체를 지켜본 뒤

 

11월 15일 장황한 여정이 끝을 맺었다. 오랫동안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의 교체가 이날 새로 정상에 등극한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모습을 공개하면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 7인이 권력에 오르기 전까지 맺었던 인연, 쌓았던 업적, 보였던 사고방식, 드러냈던 행동양태 등을 두루 살펴봤다.

 

다음 주 초에 이들의 그런 역정을 정리한 책이 나온다. 『長江의 뒷물결』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내고, 세상에 새로 나타난 사람은 예전 사람을 쫓아낸다(長江後浪推前浪, 世上新人趕舊人)”는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온 제목이다. 무협지나 일반 중국 소설에도 이 구절은 자주 등장한다. 중국인은 길고 긴 6300㎞의 장강에서 자연의 섭리를 곧잘 읽는다. 유구한 역사 속 시간의 흐름에서 사람은 새로움과 낡음의 정해진 갈마듦을 경험한다. 세월의 흐름, 이 세상에 나고 자라 늙어 저 세상으로 떠나는 일은 우리에게 숙명이다. 그 흐름 속 새 것과 낡은 것의 교체 또한 피할 수 없는 인간세상의 정리(定理)다.

 

후진타오가 내려오고 시진핑이 올라섰다. 그 시진핑과 함께 13억 거대 중국의 권력 정상에 올라선 사람들 면면이 다 화려하다. 오랜 관료 경험, 공산당 최고 권력을 향해 움직였던 정치인답게 풍부한 행정 이력이 돋보인다. 풍파가 거센 중국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권력을 쥐었으니 초인적인 전략적 마인드도 눈에 띈다. 정해진 길에서 정해진 학습 과정을 거치고, 역시 정해진 관료의 자리에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쌓고, 그로 인해 다시 정해진 코스를 밟아 이들은 권력 정상에 섰다. 따라서 늘 휘청거리는 자유와 민주의 대한민국 정치인들보다는 정형화(定型化), 규격화(規格化)를 거친 인재라는 점에서 한참 뛰어나다는 느낌을 준다.

 

책 집필을 위해서 그들의 성장기를 추적했다. 가난과 고난, 그런 어려움(難)은 초년 시절 한 번씩은 다 겪었다. 아울러 하급 지역 간부로 출발해 차분하게 행정실력을 쌓으며 차세대 스타 정치인으로 올라선 이력도 공통점이다. 그래서 차분하게 국정을 이끌어 갈 인재 선발 시스템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우리도 똑똑하고 당차며, 때로는 노련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럴까. 아닐 수도 있다.

 

나름대로 우수해 보이지만 이들에게도 단점은 있다. 공산당 일당전제의 틀에 맞춰 성장하다 보니 자로 잰 듯한 행정 솜씨는 빼어나지만 상상력의 공간이 그 마음과 머리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정형화, 규격화가 돋보이는 공장의 생산 시스템에서 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제품과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들은 ‘우수한 제품’이기는 해도, ‘명품’은 아니다. 장인의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력이 눈부시게 빛나는 명품의 인상은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파벌적 속성도 강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권력자 본인이 절대적으로 청렴하거나 도덕적이지 않다면, 그래서 자신의 이익이나 파벌적 이해관계를 떠나지 못한다면 중국의 정치는 아주 깊고 어두운 골짜기를 향해 하강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남의 이야기라서 거기까지만 하자. 우리가 사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그런 정형화와 규격화의 매커니즘이 없으니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 시스템을 두고 뽑는 대상이 차기 대통령인데, 뭔가 부족해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 각축을 벌이는 3인 모두에게 ‘저 사람이 실력은 제대로 쌓은 것일까’라는 우려가 도저히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옆 나라 지도자 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의 단점이 보이기는 보여도, 일단 우리보다는 현명한 리더들을 뽑아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명품은 언감생심일 테고, 우수한 제품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짝퉁이거나 불량품이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요즘 머리에서 좀체 떠나지 않는다.

2012-11-23 15:2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