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중국식 우스개에 담긴 공산당 간부

최근 인터넷에서 발견한 중국식 우스개 한마디를 먼저 소개한다. ‘나의 이상(理想)’이라는 주제로 글쓰기, 작문을 시켰다고 한다. 어느 학교에서의 일일 것이다. 한 학생이 조용히 글을 써 내려갔다. 그 내용인즉 이렇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회사에 다니며 월급을 받고, 미국식 집을 짓고 살며, 스위스 손목시계를 차고, 한국 여성을 아내로 들인 뒤, 일본 여성을 세컨드로 앉히고, 태국 안마를 받으며, 독일제 세단 승용차를 몰고, 프랑스산 와인을 마시며, 오스트레일리아의 해산물을 먹고, 쿠바 산 시가를 피우며, 스페인 여자 친구와 즐기고, 필리핀 가정부를 고용하고, 이스라엘 보디가드가 주변을 지키며, 터키 사우나를 즐기면서, 중국 간부가 되는…”

 

이렇게 써 내려가는 학생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 왈, “야, 야, 그만해, 그냥 중국 간부가 되면 그만이야. 그러면 앞에는 다 해결할 수 있어!”

 

중국에서 간부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모든 것을 공산당이 이끌고 결정하는 중국이라서 그렇다. 간부는 한자로 ‘幹部’다. 실제 이 말은 현대 중국어에서 매우 힘이 센 단어다. 웬만한 일은 모두 간부가 결정한다. 국민들은 그 결정에 그저 “잘 알겠습니다. 간부님”하면서 순응하면 그만이다.

 

간부에게 덤빈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어찌 그런 마음을 내겠느냐고 핀잔 듣기 딱 알맞다. 중국의 지도부가 법치(法治)의 확립을 국정의 주요 목표로 내걸었다고는 하지만, 그 말을 100% 믿다가는 큰코 다친다. 체벌(體罰)과 불이익을 감수하는 정도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어서 그렇다. 막강한 권력과 권한이 그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생사여탈(生死與奪)까지는 좀 과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간부에게 함부로 덤비면 패가망신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간부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위에 소개한 중국식 우스개는 사실 중국 남성이 손꼽는 ‘아내감’으로 한국 여성이 올라있다는 점에서 처음 눈길을 끌었다. 포장이 그럴 듯한 한류(韓流)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우스개의 진짜 주제는 중국에서 공산당 간부가 차지하는 위상이다.

 

아무튼 그 간부의 힘은 막강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지난해 말 새로 등단한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부패 척결에 발 벗고 나섰으나, 그 전망이 밝거나 매우 희망적이라고 여기는 중국인은 많지 않다. 공산당이 모든 것을 이끈다는 일당전제(一黨專制)의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중국에서 공산당 간부의 권력은 결코 작아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위에 버티고 있는 상급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정치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의 고위 간부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미국식 저택을 짓고, 독일제 벤츠 자동차를 몰며, 한국의 어여쁜 여성을 아내로 맞아, 프랑스 포도주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신선한 해산물을 마시며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중국 젊은이들의 꿈은 공산당에 입당해 관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간부의 자리에 오르는 일이다.

 

손에 모든 권력을 쥐고 있으니 이들에게 부패가 따르지 않는다면 믿지 못할 일이다. 따라서 부패는 자연스레 이들을 찾고, 간부는 그런 부패의 온상(溫床)에서 차분하게 재산을 모으고 삶을 즐긴다. 그래서 그 뿌리를 잘라내기 위해 중국인의 상당수가 정치개혁을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통치의 근간인 ‘일당독재’를 허물 생각은 없다. 시진핑을 비롯해 현재의 중국 지도부 누구 하나도 이에 손을 대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의 정치개혁은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근간을 허물지 않으면서 간부들의 부패를 막는 방법은 솔직히 말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나마 시진핑 등 새 지도부가 반(反) 부패의 고삐를 바짝 쥐어 댕기고 있다. 그러나 도덕적 구호와 그에 기반을 둔 엄벌주의가 항시적인 효과를 거둔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은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2013-02-08 15:4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