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북한에 뺨 얻어맞은 중국

중국의 이미지에서 크게 차지하는 영역이 있다. ‘전략’이 강하다는 점이다. 60여 년 전 거대한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갖췄으나 빈곤하며 낙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던 중국이 이제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자리에 올라선 바탕에도 그 강한 전략의 기질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얘기가 좀 다르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접해 있는 동맹국 북한이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도를 뒤흔드는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에 관해서는 ‘주변 환경의 안정’을 전략의 축으로 삼아서 관리해 왔다. 인접 동맹국인 북한의 충동적인 도발만 잠재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자국이 추진하는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에 커다란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상황을 관리했다. 자국의 이익을 정점에 두고 나머지는 전쟁 등 강력한 불안정 요소를 줄이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

 

중국의 전략은 그동안 괜찮았다. 북한이 1, 2차 핵실험을 해도 완성단계가 아닌 것으로 간주해 방관하다시피 했고, 미사일 개발에 나서도 잠재적인 위협 수준 이상으로 보지도 않았다. 게다가 북한이 미국의 세력이 한반도 남부를 지나 직접 압록강으로 치닫는 데 방화벽 역할을 했으니 가능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을 즐기는 게 나으리라는 심산이었다. 이를테면, 철저한 실용주의적 외교 전략이었다. 셈(算)에서는 매우 뛰어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국 이익 중심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이런 중국의 실용주의 관점은 남북한과 미국, 일본 등에도 궁극적인 믿음을 줄 수 없었다. 북한에게는 확고한 안전보장의 믿음을 줄 수 없었고, 미국에게는 ‘중국이 북한을 방임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전체 권역에 심각한 파장을 낳았다. 핵개발의 완성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북한은 자국의 전략적 목표를 실현했다. 그와 함께 대두하는 대목이 중국의 전략적 실패라는 부분이다. 중국은 분명히 다른 관계국들로부터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기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강력한 군사력에 세계의 패권을 넘보는 위치에 있는 중국이 바짝 옆에 붙은 북한의 핵보유국가화를 막지 못했다는 점은 중국의 이미지에 매우 치명적이다. 중국은 이로써 국제사회에서 몸집에 걸맞은 시야와 덕목을 모두 결여한 ‘그냥 힘만 센 나라’라는 인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나칠 정도인 중국의 실용주의적 전략이 불러온 패착이다. 전략의 구사에는 여러 차원이 있겠으나, 실용만으로는 채우기 힘든 공간이 있다. 바로 ‘가치(價値)’에 대한 인식이고 유대(紐帶)다. 같은 가치관으로 묶인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결속은 단순한 실리적 접근과 차원이 달라진다.

 

그 실리라는 것도 자신의 국익에만 몰두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이룬 놀라운 경제성장에 비해 이러한 ‘가치’의 체계로써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인다. 특히 이번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아주 그렇다. 자국의 과도한 실리적 관점에서만 북한 문제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고 방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에 분명한 제한을 설정하지 않고 이를 충분히 경고치 못한 중국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얘기다.

 

북한의 핵개발은 일차적으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중국도 북한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지니는 ‘동북아 불안정성’의 가장 큰 피해자로 전락했다. 한국이야 북한과 다툼의 당사자인 까닭에 그 위험에 큰 충격을 받고 있지만, 동맹국인 중국 또한 북한에게 아주 크게 얻어 맞은 꼴이다.

 

‘실리만을 추구하는 전략가’, 중국은 이런 오명과 음울한 이미지를 국제사회에서 씻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에게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질타와 지탄이 차츰 도를 더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북한 핵개발로 인해 얻은 이 같은 이미지를 만회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 있다. 김정은이 새로 출범한 ‘시진핑의 중국’ 뺨을 세차게 때린 형국이다. 이걸 ‘미필적 고의’라고 해야 하나 어쩌나.      

              

2013-02-15 15:3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