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작지만 소중한 이웃, 대만을 바라보며

한국인이 대만을 보는 시선은 제법 착잡하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유사한 입장 때문이다. 중국 대륙을 중심으로 국체(國體)를 논하자면, 대만 역시 우리와 흡사한 분단국가다. 그런 대만과 우리는 전통적인 우방의 관계를 끊고 1992년 단교(斷交)했다. 국가 사이의 공식적인 관계를 끊고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修交)한 점에 대해 대만의 꽤 많은 사람들은 배신감에 따른 울분을 지녔던 모양이다. 단교 20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도 그런 정서는 남아, 때로는 작지만 강하게 표출한다.

 

2013년 3월 5일 대만 타이중에서 벌어진 ‘한국 vs 대만’ 야구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왔다. 대만의 야구팬들은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에 견공(犬公)을 그려 넣은 깃발은 물론, ‘한국을 때리자’는 내용의 팻말 등을 들고 상대방인 한국 야구팀을 야유했다. 대만의 반한(反韓) 정서가 드러나는 분야는 단순히 스포츠 경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지 언론 등은 다양한 영역에서 그 빈도가 매우 잦고, 농도 또한 점차 색을 더하는 반한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20여 년 전의 배신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삼성 등 대기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1970년대 이후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이라 불리던 아시아 지역 경제발전국가의 대열에서 한국이 차츰 다른 지역을 누르며 경제규모 면에서 앞서가던 상황이 나오면서 더욱 그랬다. 대만은 한국을 강력한 라이벌로 보는 성향이 강하다. 그에 비해 한국은 대만을 라이벌로 생각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대기업 중심 산업 생산력과 교역 등 분야의 성적이 대만과는 격차를 더 벌리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1인당 GDP에서도 한국이 과거의 상황을 역전시켜 대만을 앞지른 점에서도 대만은 강한 질시(嫉視)의 눈빛으로 한국을 보지만, 한국은 그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 분위기다.

 

대만의 반한 정서가 극도로 치닫던 단교 당시의 1992년 무렵에는 대만의 외교 당국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그를 부추겼고, 그 이후의 반한 감정은 대만 언론 등이 불을 지핀 혐의가 크다. 현지에 진출했던 한국 외교 관계자와 기업 관계자의 증언을 들어서 알 수 있었던 대목이다.

 

야구 경기에서 상대 국가 자존과 명예의 상징인 국기에 강아지를 등장시키고, 격한 용어로 한국인 전체를 모독하는 대만 야구팬들의 그림자에 섞여 있는 불건전한 요소의 생성요인들이다. 응원이 이런 야멸과 모멸로 이어진다면, 한국과 대만 사이에는 아주 깊은 감정의 골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른 방식의 응원과 야유가 있음에도 굳이 태극기를 욕보이고, 한국인의 자존을 짓밟는 대만 일부 야구팬의 행태는 아주 수준이 낮다. 우리는 그런 대만 야구팬을 보면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울러 대만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성숙함을 거꾸로 선물하자.

 

대만은 그 역사적 노정(路程)을 두고 볼 때 우리가 결코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할 이웃이다. 중국 현대사의 국민당과 공산당 간 내전의 아픔을 뒤집어썼고, 중국과의 정체성에 관한 갈등 때문에 극심한 시련을 겪은 곳이다. 그러면서도 대만은 세계의 무대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중량감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 대륙과 거의 동일한 문화의 바탕을 지녔으면서도 민주와 자유의 정치체제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고(이 점은 비슷한 경우인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에 비해 한 수 높은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그를 바탕으로 작지만 강한 사회를 형성했다. 문화적 수준은 매우 높아 중국인이 꾸린 사회형태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필요한 이웃이자, 중국인이 구성하는 사회의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하는 경로일 수도 있다. 아울러 근현대사의 아픔을 비슷하게 겪은 동반자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이웃이기도 하다.

 

대만의 정치인과 언론 등이 뿜어내는 반한의 감정과 그 선동, 아울러 그를 추수하는 일부의 대중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좋다. 그보다는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며 존중해 높은 수준의 교감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도량을 선보일 수 있을 만큼 한국이 문화의 대국이라는 점을 보여주자.

2013-03-07 10:5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