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떼 잘 쓰는 중국인

KOTRA 타이페이 양정석 관장의 <떼 잘 쓰는 중국인>

 

 

중국 G시에서 사업을 하시는 G사장님.

1992년 중국에 와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후, 2004년 일단 은퇴.

수년 전부터 관련 업종의 회사를(현지 법인대표) 도와주고 있다.

20대에 사업을 시작했고,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40대 중반에 일단 본인의 사업을 접었다는 G사장님.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다음 몇 가지가 가장 인상(?)깊었다고 한다.

 

1. 임대공장에서 나이키 신발 부속품을 제조했는데, 어느 날 공상국 직원(약간 연배가 있었음)이 와서, 영업집조(허가증, 라이선스)를 보더니 왜 허가받지 않은 물건을 생산하느냐 면서 조업중지를 명령했다(90년대 초반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도 억지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에 G사장 왈 “해외 기업의 오더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고, 영업집조에도 신발 관련 부자재 생산이 명시되어 있는데 왜 그러느냐”고 항의했으나…… 이 직원 대답은 “그것은 당신 생각이고, 왜 영업집조에도 없는 나이키 신발 부자재를 생산하냐, 이것은 불법이다”라고 생트집을 잡았다.

 

- 우와, 너무 열 받으셨겠다…….

 

그래서 동 직원의 말을 무시하고 조업을 시작했는데 며칠 있다가 나타나서 공장 문에 긴 띠를 X자로 붙였다. 띠에는 ‘공장폐쇄’가 쓰여 있었다. 할 수 없이, 개발구 주임을 찾았고, 동 주임이 공상국 국장에게 이야기를 잘 주었다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전했다. 그래서 다시 조업을 했으나 공상국 직원이 다시 와서, “왜 나에게 이야기하지, 국장에게 이야기했느냐, 국장은 국장이고 나는 나다. 절대로 조업 못 한다” 뭐, 이런 생떼를 썼다. G사장은 다시 개발구 주임, 공상국장을 찾았고, 상당한 거금을 들여 사태를 무마시켰다.

 

- 초창기엔 중국 진출 한국기업인에게 ‘생떼 쓰는’ 관료들이 꽤 있었다.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하나, 아직도 촌으로 가면 여전하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노동자 확보가 어려워 내지로 공장을 이전하려고 해도 현지 정부와 토박이들의 횡포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 주저주저하시는 분들도 있다.

 

2. G공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퇴근 후 집에서 자다가 돌연사했는데 회사에서 측은지심에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직원들 돈(1위안~10위안)을 다 모아도 1,200위안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국인 직원들이 몇 십만 원에서 100만 원(한국 돈)을 모아, 가족에게 전했다. 그런데 이게 오판이었다. 돈을 주면 감사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외국기업에게 똬리를 틀면 큰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주었던 모양이다. 급기야 가족이 회사를 고소했다. 죽은 직원에 대한 사회보험비를 달라고…….

 

당시만 해도 유명무실한 법규로 대다수의 한국기업이 직원들의 사회보험을 들어주지 않았다(또는 있는 지도 몰랐을 것이다). 어쨌든 재판 결과 40,000위안을 추가로 주게 되었다.

 

3. 2004년, 10여 년의 공장을 정리했다. 원래 공장에는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공장을 옮겼는데, 이전 시 공장건물주에게 전에 있던 공장에 상수도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고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더니 공장안에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사용토록 했다. 공장을 정리할 때, 직원들에게 급여와 보너스 등 각종 주어야 할 모든 것을 다 주었다. 서로 헤어질 때,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G사장, 중국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꼭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뭐 이런 정도의 말들이 오갔다.

 

그렇게 공장 문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건물주(R씨)가 G사장을 붙잡고 잠시 할 얘기가 있다고 하면서 사무실로 끌고 들어갔다.

‘무슨 일이지? 줄건 다 주고 깨끗하게 나가는데……’

 

R씨는 G 사장을 지긋이 보면서, “물 값을 주고 가셔야죠”라고 말했다.

 

G사장: 무슨 물 값 ?

R씨: 10년 동안 물을 쓰시지 않았습니까.

G사장: 그게 무슨 소리야. 지하수를 쓰지 않았나. 그리고 개발비용 일부도 내지 않았나. 지하수를 썼는데 무슨 물 값?!

R씨: (무슨 이유인지 얘기를 해주었는데 기억나지 않음)그래도 이래서 물 값을 주셔야 합니다(그 이유란 것도 G사장이 보기에는 황당했던 것).

G사장: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그래 얼마면 되냐?

R씨: 100,000위안입니다.

G사장: 뭐? 100,000위안……? 이런(마음속으로 후레……).

 

한동안 설전이 오가다 결국엔 G사장이 30,000위안을 주고 나왔다. 다시 R씨의 입가엔 미소가 떠오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G사장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자주 연락하고 지내요^^”

 

모를 일이다, 참으로 모를 일이다. 중국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2012-11-07 10:5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