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한 번 흩뿌리더니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네요. 지금 충무로에서는 작은 축제 하나가 소리 없이 열리고 있습니다. 왜 소리 없이 열리냐고요? 이유는 시끌벅적 소란스러운 축제가 아니라 충무로 거리와 골목마다 사진을 전시해 놓은 축제이기 때문이죠.

<2012년 11월 4일까지 충무로 전역에서 진행됩니다>

그야말로 충무로 일대를 전시장으로 사용하여 조금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매일 점심식사를 위해 가던 정겨운 식당에도, 맛있게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들르는 커피숍에도 평소와 달리 낯선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근데 묘하게 어울리더라고요. 마치 예전부터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사진처럼 슬그머니 충무로의 일상으로 녹아든 느낌이었습니다.

<맛집들이 즐비한 충무로 한복판에 어디서 한 번쯤 본 사진들이 걸려 있네요>

사실 충무로, 을지로 쪽에는 인쇄 관련 업체들과 예술서적 전문 매장, 카메라 전문 매장들이 상주해 있어서 처음 오신 분들은 조금 복잡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골목골목 맛집들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새파란 가을하늘 아래 점포들 사이를 사진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한 맛집들에 크고 작은 사진들이 함께 충무로의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는 저로선 이색적이기만 합니다. 실제로 매번 지날 때마다 보는 상점들도 사진이 붙어 있는 곳이라면 한 번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주최 측이 의도한 효과가 이런 부분이겠지요. 기존 상권에 낯선 색깔을 촘촘하게 덧입히는 작업 말입니다. 그것도 어울리게.

<묘하게 어울리는 사진들, 그리고 작은 사진도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맛집 곳곳에 전시되어 있어요>

무엇보다 가면 갈수록 파랗게 탈색(?)되는 가을하늘 밑에 걸린 사진 현수막은 남다른 매력을 뽐내기도 합니다. 충무로에 오실 일 있으시면 한 번 들러서 구경하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와 보기엔 기대 만큼 실망하실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사진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죠>

※ <2012 충무로 사진축제> 공식홈페이지(http://www.chungmuropf.com)를 방문하시면 더 알찬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from 이상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