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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2 가장 보통(이하)의 휴가 (부제: 중요한 건 먹고자 하는 의지)
제목 2012.08.02 가장 보통(이하)의 휴가 (부제: 중요한 건 먹고자 하는 의지)
작성자 이동익 (ip:)
  • 작성일 2012-10-12 17: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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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356
  • 평점 0점

안녕하세요, 늘품 편집자 이디터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7월 대신 8월이 계절의 자리를 채우고 있네요.

저는 무덥고도 무더운 7월의 마지막 주간을 안락한(?) 휴가를 이용해 보내고 왔습니다. 하핫.

그렇다고 거창하게 어딜 다녀온 건 아니고요(여러 가지 사정상...ㅠㅠ), 나름 적당히 만족스럽고, 적당히 아쉬운 휴가를 보냈습니다.

 

 

장마와 배턴터치한 올해의 폭염은 굉장했는데요, 제 휴가기간에 그것도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사정을 어떻게 알고 섣불리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렇다고 집에만 콕! 박혀 있었느냐. 그건 아닙니다. 관공서들과 은행들을 전전하며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처리하고요, 사놓고 못 읽었던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괴물 같은 열대야와 선풍기 바람의 조화는 꿀잠을 유발하더라고요. 에구구.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대로 어영부영 금쪽같은 하계휴가를 보내는 건 미친 짓이다!

 

 

사실상 피서계획은 없었지만 뭐라도 남겨야 되는 게 올바른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남는 게 살일지라도...일단 먹고 놀고 자보자는 원초적인 여흥을 스스로 재단하기 시작한 것이죠.

낮에는 스스로 '자율적 프리랜서'라고 지칭하는 백수 친구들을 하나둘씩 불러냈고,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칼퇴의 목적의식을 갖고 설레기 시작할 '월급 도둑'들의 회사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비워두었던 편집실의 일주일을 이렇게 채워보려 합니다.

뭐, 그렇게 하릴없냐고 말씀하신다면 드릴 말이 없지만 그저 쿨하게...아직 휴가 후유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가여운 근로자의 촌스러운 투정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헤헤.

 

 

 

2012.07.24 (火)

 

더웠습니다. 덥지만 예정된 일은 해야 했죠. 다음 주부터 육아휴직으로부터 복귀하시는 디자인팀 대리님의 자리를 재확보하기 위해 책상들과 파티션, 사무기기들의 자리도 재배치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예상대로 더운 날씨는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저는 바로 다음 날부터 휴가였기 때문에 당일 내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을 스멀스멀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작업을 끝내고 허탈한 심정을 달래줄 술친구를 소환하여 닭갈비로 체력적인 데미지를 복구했습니다. 회사 근처에 있는 닭갈비집에서 달짝지근한 닭갈비와 시원한 묵사발의 조합을 맛보며 심신의 피로를 털어냈죠.

 


<영혼의 투톱: 닭갈비와 묵사발>

 

그렇게 저의 하계휴가는 시작되었습니다.

 

 

2012.07.25 (水)

 

계획대로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난폭한 날씨를 해치며 돌아다녔습니다. 냉면을 먹고도 막상 밖으로 나오니 너무 더웠습니다.

 


<여름보다 더운 날에 냉면 & 빙수> 

 

시원한 녹차빙수오렌지에이드로 열을 좀 식히고 속으로 ‘이렇게 더운 날에 굳이 휴가일정을 잡는 사람은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건지’ 궁금하였습니다.

 

 

 

2012.07.26 (木)

 

<데코레이션에 대한 종업원의 의지>

 

그날 먹은 달걀말이입니다. 에어컨 바람에 나부끼는 가쓰오부시가 '오늘도 지금 니가 이러고 있을 때냐'며 비웃는 것 같아 얼른 먹어주었습니다. 며칠 동안 자주 가던 술집이었는데, 그집 종업원이 서비스 삼아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로 나름 앙증맞게 예술적 혼을 불어넣어주었는데요, 그 열정을 좌시하기 힘들어 조심조심 최대한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2012.07.27 (金)

 

<도둑들>을 봤고요, 전지현의 비주얼과 기대 이상의 연기력에 경이로움을 표했습니다. '잘 만든 오락영화'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 제목을 자꾸 '도둑놈들'이라 말하고 다녔다면 믿으시려나>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먹고 쉬고 돈 내고 나가라'는 분식집에서 떡볶이에 밥까지 볶아 먹었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다들 아시겠죠? 글 안에 힌트가...>

 

역시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은 금요일 밤 열대야의 장난질을 뿌리치러 나온 사람들 틈 속에서 어디서부터 부는지 알 수 없는 바람에 한강 위를 나지막이 쓰다듬는 물결의 행보를 구경했습니다.

 

<여긴 여수 밤바다...가 아니라 한강 어딘가>

 

 

2012.07.28 (土)

 

올해 초복을 그냥 지나쳤지만 아쉬움은 그리 없었는데 어머니가 닭죽을 만들어 주신 덕분에 복날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손이 큰지 한 그릇을 다 못 먹고 남겼는데요, 역시 의지가 문제였나 봅니다.

 

<얼마 전에 먹었던 들깨삼계탕으로 대체합니다>

 

오랜만에 방송된 무한도전과 올림픽은 심심함을 달래준 내 친구였습니다. 아 이날은 집에만 있었거든요.

 

 

2012.07.29 (日)

 

갑자기 매운 게 당겨서 신랄한 검색질을 했습니다. 동네 가까운 곳에 매운갈비찜집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 받고는 곧장 매운갈비찜 원정대를 소집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밥과 안주와 술의 삼위일체를 보시고 계십니다>

 

본래 스트레스는 매운 걸 먹으면 말끔히 정화된다죠...는 제 생각입니다. 원정대의 인원은 총 두 명이었는데 빈병은 네 병이네요. 우린 분명 점심으로 먹은 건데요. 이후는 기억이 잘...ㅠㅠ

 

 

2012.07.30 (月)

 

무려 한 달 전,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광클했던 <다크나이트 라이즈 IMAX>를 드디어 봤습니다. 그동안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나름 각고의 노력했는데 역시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네요. 이미 많이들 보셨겠죠?

 

<CGV 포토티켓입니다, 아직 프로모션 기간이라 무료입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저는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우러 갔습니다. 하하. 처음 가본 집이었는데, 맛도 서비스도 꽤 괜찮았습니다(헌데 사진은 썩 맛있어 보이진 않네요).

 

<익은 고기를 찍으려고 했지만, 이미 사라졌을 뿐이고>

다만 돌판이 무지 커서 그런지 에어컨을 틀어도 덥더라고요. 뭐 그만큼 더운 날씨였지만요.

 

 

2012.07.31 (火)

 

이등병 때 100일 휴가만큼은 아니지만, 휴가 마지막날의 심리적 박탈감을 정돈하기 위해 집 안에서 잇따른 폭염과 올림픽 오심사태에 관한 추이를 지켜보며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습니다.

 

 

<나만의 스테디셀러 슈퍼슈프림피자와 갈릭소스>

 

치킨을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피자가 비주얼 판정승을 거두며 과도한 포만감으로 마지막날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늘품 편집자의 일주일간의 휴가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이사이 여러 이야기가 있었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그야말로 재미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어디든 떠나야 휴가인가'라는 자문을 하며 지나간 휴가의 나날들을 스스로 소중히 아끼고 있는 중입니다만, 누군가 휴가 때 뭐 했냐 물어오면 뭐라 말할지 애매한 건 사실입니다.

 

 

재미없어 보이는 휴가였지만, 한편으론 '배부른 소리 마음껏 한다는 것처럼 편한 생활이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올 여름을 이렇게 만족하며 내년을 다시 기약하기로 했답니다.

 

<여러분들의 휴가는 아직인가요? 아니면 지금이신가요?>

 

 

from 이상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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