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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7 당신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2012
제목 2012.09.07 당신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2012
작성자 이동익 (ip:)
  • 작성일 2012-10-12 18:00:32
  • 추천 추천 하기
  • 조회수 1805
  • 평점 0점

큰 태풍이 한 차례 지나가고 아침, 저녁으로 가을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만성비염을 앓고(?) 있는 저는 환절기 때마다 겪는 고통을 자연스럽게 감수하고 있고, 사무실 안에서는 에어컨을 끄고 조금은 시끌시끌하지만 창문을 활짝 열어 청명한 새 계절의 공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에서 바라본 남산 서울타워, 오늘>

 

이렇게 어느덧 2012년의 달력도 몇 장 남지 않게 됐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지나온 각자의 역사를 반추하거나 공유하면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고는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요즘 저뿐만이 아니라 늘품 식구들이 빠져 있는 게 있는데요, 바로 이제 곧 종영을 앞둔 <tvN 응답하라 1997> 때문입니다. 1980년을 전후로 태어난 세대들의 봉인되어 있던 기억과 감성을 다시 한 번 기웃거리게 만든 드라마라는 게 참 좋았습니다. 요즘 그야말로 ‘대세’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만한 드라마를 굳이 소개하겠다는 게 아니고요, 이를 계기로 ‘저(지극히 일반적인 보통 청년을 대표해서)의 역사’를 한 번 둘러보고 싶어졌습니다.

 

<누구나 윤제와 시원의 1997년만큼 두근두근 설렜던 날들이 있지 않을까요?>

tvN 응답하라 1997 공식홈페이지

 

방 한쪽에 묵묵히 자리하여 먼지가 뽀얗게 쌓인(청소를 안 한 이유가 더 큼) 카세트 테이프와 CD, MD들을 오랜만에 꺼내 보기도 하고, 큼지막한 앨범을 꺼내 저조차 믿지 못할 유년의 사진을 보고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죠. 저한테는 형이 한 마리 있는데요, 지금은 떨어져 산 지 꽤 되었지만 어렸을 땐 참 많이 붙어 다니고 의지하고 다녔더라고요. 뭐, 이젠 온라인 뱅킹으로도 충분한 대화가 가능한 사이지만요.

 

<교정의 나쁜 예 甲, 그리고 저 A형인데요...응?>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 볼 수 있지만 그땐(그러니까 일요일 아침 <KBS 디즈니 만화동산>의 오프닝 음악을 듣고 일어났던 시절), 신문 방송예정표를 찾아보고 <KBS 토요명화>나 <MBC 주말의 명화>에서 무슨 영화를 틀어줄까 설렜던 적이 많았습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방송되던 날이면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리다 잠들기도 했죠.

 

그중 저는 네버엔딩스토리The NeverEnding Story, 1984, 고스트바스터즈Ghostbusters, 1984, 구니스The Goonies, 1985, 빅Big, 1988 같은 영화에 열광했던 기억이 납니다. 명절 연휴 때 늘 재탕되던 영화들이긴 했지만 몇 번을 봐도 항상 재미있게 봤거든요.

 

<이디터의 유년을 함께했던 영화들>

네이버 영화섹션

 

또 작은 방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음질이 가장 깨끗한 곳, 그러니까 창가 앞에 안테나를 끝까지 세운 카세트를 들고 <KBS 2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에서 신곡이 나올 때마다 녹음 버튼을 눌렀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광고 때문에 뒷부분이 잘리거나 잡음이 섞여 녹음이 되면 다음 날을 기약하기도 했죠.

  

언젠가 초등학생이 뭘 안다고 테이프 A, B면 앞뒤로 사랑노래를 잔뜩 녹음해서는 좋아하는 친구한테 선물하기도 했는데 그 친구는 다음 주에 전학을 가버렸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내가 왜 여기서 하고 있는지. S야, 보고 있나? 물론 안 보고 있겠지. 또르르.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에 심취한 나머지 시 수업에서 가사를 그대로 인용했던 6학년의 패기>

 

문득 오늘따라 생각나는 이야기들로 주저리 써내려 왔는데 막상 쓰다 보니 새록새록 생각이 더 많이 나네요. 무엇보다 그 당시에는 심각했고 고민이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듯, 오늘 우리들의 고민도 막상 지나 보면 2012년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겠죠.

 

그리고 바로 지금처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과거에 감정을 기대어 살 수 있는 우리들의 특권이겠죠. 시간이라는 창끝에 대항해 추억이라는 방패막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말이죠.  

 

 

from 이상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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